지난 21일 전국에서 테러 의심 우편물 수취 신고가 접수 돼 경찰, 소방, 군 당국이 현장 합동 점검에 나섰다. 신고된 우편물 모두 대만,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에서 온 우편물로 확인됐다.
전국에서 해외 우편물 테러
지난 21일 대전 동구 추동 한 가정집에서 발신인 불명의 대만발 우편물 수취 신고 발생했고 대전경찰청은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대전소방본부, 32사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 합동심사를 실시했다.
발견된 우편물은 지난 7월 8일에 배송된 것으로 내용물은 '립밤'으로 확인됐다. 수신자는 '감몽룡'으로 돼 있었는데 신고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비슷한 국제 우편물이 있는지 주변 주택을 확인한 결과, 우즈베키스탄에서 발송한 우편물 1건을 추가로 발견했으며 대만발을 포함한 총 2건의 우편물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 보내 감식을 의뢰했다.
경찰은 주문하지 않은 상품을 무작위로 발송해 매출 순위를 올리려는 '브러싱 스캠'의 일종으로 보는 반면, 울산의 경우와 같이 테러일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에서 먼저 발생했던 테러
지난 20일 오후 12시쯤 울산 동구 서부동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원장과 직원 등 3명이 노란색 비닐봉지로 된 소포를 열어보고서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을 호소해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은 간이 검사 결과 방사능이나 화학 물질 등에 대한 특이점이 드러나지 않아 국방과학연구소에 정밀검사를 의뢰한 상태다. 경찰은 문제의 봉지에 별다른 물질이 들어 있지 않아 독성 기체에 의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에서도 발생했다.
21일 오후 4시쯤 서울 명동의 서울 중앙우체국에서도 의심 신고가 접수돼 1700여 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이들 우편물의 공통점은 대만에서 발신된 노란 혹은 검은 봉투에 싸인 소포라는 점인데, 경찰청은 해외 우편물을 수취한 경우 즉시 신고해 달라고 했다. 이날 서울 서초우체국과 송파우체국에도 수상한 소포가 확인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역시 직원과 이용객을 대피시키고 우편물을 회수하고 내용물을 확인하고 있다.
21일 경찰청은 "울산에서 해외 배송된 노란색 우편물을 개봉한 사람이 어지럼증 등을 호소한 사건 이후 전국에서 해외 우편물 배송사례가 확인되고 있다"며 "이와 유사한 우편물을 수취하신 분은 우편물을 개봉하지 말고, 즉시 가까운 경찰관서 112로 신고하여 주시기 바란다"라고 알렸다.
인천에서도 발견
2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 인천지역에 접수된 테러 의심 국제우편물 관련 신고는 모두 60건이다. 소방당국은 경찰과 군 당국에 각각 26건, 3건을 인계한 상태다. 나머지 31건은 오인 신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다행히 이 봉투로 인해 발생한 인명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의심 우편물 발견 시 즉시 119에 전화 또는 문자로 신고해 달라"라고 말했다.
앞서 전날 오후 3시 26분에 인천 부평구 부대동 한 주택에서 한 달 전 테러 의심 우편물이 배송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해당 우편물은 대만에서 배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보낸 사람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 날 오후 3시 30분에 강화군 한 우체국에서도 직원이 "대만에서 보낸 이상한 우편물이 있다"라고 경찰에 신고했다. 또 오후 5시 30분에 계양구 작전동 한 아파트에서, 오후 6시 12에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에서 독그물 우편 의심 신고가 각각 접수됐다.
노란색 또는 검은색 우편 봉투
경찰청에 따르면 이 소포는 노란색 또는 검은색 봉투에 싸여 있으며, 'CHUNGHWA POST'라고 표시돼 있다. 발신인란은 비어 있고, 대만 타이베이(P.P.Box 100561-003777, Taipei Taiwan)에서 발신된 것으로 적혀있다.
이날 대전, 제주, 경기 용인, 경남 함안 등 전국 곳곳에서 유사한 신고가 들어와 경찰과 유해화학물질 공동대응에 나선 소방당국 등이 현장에 출동해 내용물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별다른 위험성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 등 당국은 관계기관 협조를 통해 보다 정밀히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22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국에 접수된 수상한 소포 관련 신고는 총 987건으로 하루에만 약 1000건 가까이 접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테러가 아닌 온라인 마케팅?
정보당국 등에 따르면 신고된 우편물에서 인체 위험물질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최종적으로 100%는 아니지만 인체 위험성은 없어 보인다"며 "받아본 사람 중에 어지럼증을 느낀 사례가 보도되면서 테러 가능성이나 독극물 의심 등으로 오인된 것 같다"라고 했다.
당국은 테러가 아닌 해외에서 성행하는 실적 조작을 통한 온라인 마케팅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한국에서 인기가 있다는 걸 제시하려고 국제우편 송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아주 싼 제품을 무작위로 보내는 수법"이라고 했다.
다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는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국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서 해외에서 발송된 유사한 유형의 국제 우편물 국내 반입을 일시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미 국내에 반입된 우편물은 안정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배달할 예정이다.
대만의 반응
전국 곳곳에서 기체 독극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해당 우편물 발신지로 알려진 대만 당국은 해당 소포가 중국에서 대만을 거쳐 한국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주한대만대표는 21일 "이번 사안을 즉각 우리 재정부관 무서(대만의 세관 업무 기구)에 통보해 조사를 진행토록 했다"며 "조사 결과 해당 소포는 중국에서 최초 발송돼 대만을 중간 경유한 후 한국으로 최종 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라고 밝혔다.
이어 "본 대표부는 이상의 조사 결과와 관련 자료를 즉각 한국 경찰 및 유관 기관에 공유했고, 현재 양국 관련 부처는 긴밀히 연락을 취하며 공조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만 현지 언론인 대만중앙통신사(CNA)·포커스대만 등에 따르면 대만 범죄수사국(CIB)은 대만발 국제우편물로 추정되는 소포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CIB는 "주한대만대표부를 통해 한국 경찰과 긴밀한 연락을 취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현재 대만 경찰은 관련 물품에 대한 감식을 진행 중이며 재정부관 무서, 법무부 조사국 및 관련 부서와 함께 전담팀을 구성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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